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살아가는 발걸음 본문
살아가는 발걸음
은월 김혜숙
달팽이를 본다
배춧잎에 슬슬 기어가는
산목숨 저렇게 우리도 살아왔으리
.
가끔 참새가 휙 지나가며
짹, 외마디 할 때 철렁거리는
순간의 날숨
.
비라도 한 줄 내리면
재촉이며 걷는 발소리가
점점 심장 박동소리와 같이
가슴팍으로 달려드는 들숨
.
저녁노을에 황혼빛이
곱게 물드는 저들도
하늘 위를 걸어서 저기까지
가 닿을 때 얼마나 총총대고
갔으리
.
그런즉
달팽이는 배춧잎을 갉아먹고
숨어있다 우연히 내게 와버린
무수히 많은 발자국들
.
삶이 기어가던 뛰어가던
누워 자던 덧없이 내려가든
그저 살아가는 발걸음은
종착에 이르러 내쉴 곳을
찾게 되는 것은 끝내 배춧잎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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