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 시

너에게 -정호승

은월 김혜숙 2014. 10. 31. 21:56

너에게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