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헛기침
은월 김혜숙
2014. 12. 10. 14:40
헛기침
담장 밖에 쭉 뻗은 찔레 덩굴
한낮 허름하게 졸고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날은 가고
어느 사이 잎사귀 바스락바스락
마른 내음 나더니
몇 해 세월 지난 그 후
마을엔 댐 공사로 인심조차
술렁이던 날 수년을 외지에서 자란
다 큰 여식이 아비를 찾아와 설밖에 서 있다
동백이 곱게 피고 떨어진 후
담장에 찔레가 만발하고
여식의 두 볼이 생글생글 같이 웃고 있지만
언덕 위 댐이 생기기 전에는 가까웠던
산등성을 핑계로
다 늙은 애비 뭣 하러 찾아 왔냐며
넌지시 여식이 잡았던
손을 살며시 빼며 사랑방 한지 문을
열고 들어가 헛기침을 종일 한다
여식은 멀거니 허공만 보고
담장에 하얀 꽃은 물기가 올라 방울방울 떨구다
담장을 돌아 설 밖을 나가는 동안
사랑방에 붙어 있는 외양간 황소와 아비의
합창이 해가 저물도록 끝나지 않았던 뽀얀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