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월 김혜숙
2015. 4. 28. 16:10

신발
은월 김혜숙
온종일 어딜 그리 매달려 다니느라
저 쌀 한 가마니 한 짝의 무게가
숯검정인가 아침해 넘기기 전엔
그도 신선함 수레였으리
하루 밥 한 끼 챙기고
고달픈 걸음 엇갈리어 가며
숱하게도 바삐 바삐 일터를
365바퀴를 돌고도 모자랐으리
마침내 딛고 딛으며 잦은 동선에
짓눌려 생채기 내고
인생을 발목에 집 짓는
전부가 현관에 또 엎어져
떡하니 널부러져 있네
한나절
한 짝이 또 한 짝을 밀고
주인도 모르는 위태로움을
허공 뒤에 띄우다
끌려가는 짐승처럼 컹컹대며
이저리 옮겨 갔던 한 쌍
가지런히 놓여두고 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