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 시

맨발 ㅡㅡㅡ문태준

은월 김혜숙 2015. 9. 11. 22:28

오늘의 시를 소개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맨 발 ㅡㅡ문 태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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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 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서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현대시학> 2003. 8월호

 

가슴이 절절했습니다 가난이

벌벌벌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