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 시

갈대 ㅡ 신경림

은월 김혜숙 2015. 9. 14. 22:12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나를 꽤뚫어 본 신경림 시인이 나에게 보내는 한마디 같다.

인생을 즐겁게 행복하게 그리고 환하게를 다짐해도

슬픔으로 타고난 울고있는 나를 떨쳐낼 수가 없다.

내가 꿈을 그리는 것은 어쩌면

맺힌 눈가에 건네는 뽀송한 손수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