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모과나무 언덕
은월 김혜숙
2015. 9. 16. 22:43
모과나무 언덕
은월 김혜숙
교회당 문은 빠끔히 열려 있고
저녁 마당 한가운데를 휘돌며
제자리걸음 하는 바람 소리
피아노 반주 음률에 심장이 울커덕
낮고 조용한 찬양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눈 자욱이 노랗게 그을린
모과나무는 손바닥을 씻어내며 서성대고
어찌해야 할지 언덕 위에
우뚝 선 탑 올려다보며 십자로에 놓인
마음 높이와 마음의 넓이를 잴 수 없어
두손 모으는 모과나무는 분망한 마음
또 가슴을 쥐고 하늘 도면을 놓고
교회당 안에서 뛰쳐나온 그 간절함으로
모과나무는 그저 자신의 몸짓 향기로
감싸 안아 주기란 역부족 인듯
희미하게 그 사랑이 어디쯤인지
예측했을 뿐이었다
회당에선 마지막 음절이 끝나고
찬송가 곡명이 바뀌면서 늦은 밤
가을 빗소리와 모과나무 아래엔
더욱 격렬히 치닫는 건반의 손끝으로
오늘따라 그들의
사랑이 매정하다는 것을 깨닫고
모과나무는 무거운 고개를 떨구고
우산도 없이 어깨를 털면서 자리를 떠
입술을 떨며 돌아서 가는 푸른 밤
결국 빗길 속으로 걸어 내려가는 뒷모습
모과나무는 혼자 서러워 통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