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채석강의 가을

은월 김혜숙 2014. 4. 10. 12:44

 

2011년 가을  1박 2일 변산반도로 직원들 간의 화합과

근간에 일로 서먹해진 상하관계 개선을 위해 새로운 분위기

조성 차 단합대회로 간곳이 채석강 이었다.

 

남편의 고향이라 자주 가는 곳 이지만 그해 가을엔 새로웠다.

그곳은 갈 때마다 항상 내 마음이 안 좋아서 인지 가슴이 답답한 곳이다.

 

특히 채석강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강물에 뜬 달그림자를 잡으려다

빠져 죽은 채석강과 흡사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곳으로 각인 되어서 인지

저 퇴적암 절벽은 아픔 한 겹 고뇌 한 겹 첩첩히 쌓인 속내 들어내듯

싹둑 잘린 단면을 볼 때마다 내 마음과 같이 답답하고 아파보였다.

 

그 마음 행여 들킬까 바윗돌에 서서 상한 내 마음 바다를 향해

두 손 번쩍 들고 우울한 상념 바다 쪽으로 말아서 띄워 보내곤 했다.

그것은 업무 중 일에 쫓기고 직원들 눈치 보며 하루하루 짓눌리는

어깨를 한손으로 번갈아 주물러가며 일상을 보낼 때마다 자유인을

고집하며 밖으로 나가는 반려자에게 투정과 원망 습관처럼

하게 되는 것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 하는 부부로써 참 버거운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나의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 들락거리다 발견한 갑상선 혹

원인이야 당연히 스트레스 받아 생긴 것이고 암중에 제일 가벼운 거라 하니 다행이다 

치부해 버린 것은 갈수록 까칠한 성격 내성적인 천성에 자주 우울했던 것을

병원 수술대 위에서 반은 잘라 버리고 나왔다는 것이다.

 

입원을 하고 수술을 하고 나니 어찌됐던 내 몸에서 잘려 나간 것이 나쁜 것이니

시원한 느낌과 함께 뭔가 허전하기만 했다 그래서 인지 몹시 가고 싶은 곳이 변산반도였다.

그것도 채석강의 거친 절벽이 어느 때 보다 더 걷잡을 수없이 사무쳤다.

 

결국 핑계 겸 직원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나선 곳 직원들과는 일 외에

별로 친밀한 대화 나눠 보지 않다가 젊은이들과 섞여 재잘거림 웃고 떠들며

같이 행복해 보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근무한 미스 김은 전날 술을 먹고 귀가하다 다친 이야기

또 근무기간이 더 오랜 미스터 임 그의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간

이야기 나이가 제일 어린 미스 조가 키우는 고양이 재롱이야기 등

몰랐던 그들의 일상과 생각들을 나누면서 오너와 직원 간의 소통이

한 겹씩 벗겨지는 순간 내 모든 생각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채석강 차가운 바닷물에 한 번 더 무명이불 땟국물 빨래판에

박박 비벼대며 빼주듯 내 우울 감을 이전의 슬픈 시인 이태백의 채석강이

아닌 치유의 강이 되어 겹겹으로 이어진 자연의 아름다운 절벽 앞에

내 삶의 찌든 투정 말끔히 하얀 거품파도에 섞어 보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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