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족

은월 김혜숙 2014. 5. 2. 16:56

가족

      

 

 우리에겐 가족이란 소중함을 바로 알게 해준 사건이 이번 진도 세월 호 침몰 사건인 것 같다.

 사는 게 죄스럽게 여겨진 것이 이번 사건이 아닐까 싶다. 가족이란 지켜 주는 것이고 곁에 있어주는 것 인데 그러지 못한 일이 생긴 것이다

  얼마 전 가끔 오시는 할머님께서 스튜디오로 찾아왔다. 팔순잔치가 다가와서 가족들이 가족사진을 촬영하기로 했다며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여 주시며 돌아 가 신 할아버님 얼굴을 합성을 해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하셨다 할머님의 얼굴이 그렇게 고생을 많이 하고 사신 분 같진 않았는데 무척 힘드신 세월 사신 듯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놀기 좋아 하시는 할아버님 때문에 혼자 자식 키우느라 떡 장사 생선장사 광주리장사하며 살았는데 할아버님 바람 끼 때문에 혼외 자식까지 대리고 들어 와서 더 속을 썩였다 한다. 그래도 핏줄이니 소중히 보둠아 잘 키워 박사 만들고 변호사 만들고 기업체사장 만들고 그랬어도 할아버님께서 할머님 얘 쓰신 것을 보고도 못 본 척 너무나 당당하게 사신 할아버님은 작년에 돌아가셨다 한다. 가족이란 이렇게 한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 옛 조상들의 생활 방식에 늘 생각해 왔지만 세삼 또 안타까웠다 할머님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며 할아버님이 돌아 가셨어도 보고 싶지도 않고 밉기만 하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뒤돌아서서 가시는 모습을 보니 그리움의 무게가 그래도 살아 계셨으면 외로움의 무게는 한결 가볍지 않을까 싶었다.

  가족이란 이렇게 미운 정 고운 정 들어가며 살아가는 것 같다 요즘은 자식들이 다 크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족이 한번 모이는 것이 어려워 집안에 행사가 있어도 꼭 한사람은 빠져있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되며 그렇게 현대화된 가족은 만나기가 힘들게 되었다는 것, 같이 밥 한 끼 먹는 것도 힘들 정도로 가족은 같이 살아도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다, 가족사진 한 장 찍는 일도 이렇게 살아서 같은 공간에 있어도 모일 시간이 안 되어 못 찍는 경우가 많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40년 넘게 사진업을 하는 우리지만 가족사진 하나 제대로 못 찍어 온 우리도 작년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가족사진 한 장 찍어 거실 벽 중간에 보물처럼 걸어 두고 가족이 모이지 않아도 가족사진이 대신 해주니 만족하게 되는 것인데 불행한 일 생기고서야 그때서야 느끼는 부분이 가족사진이 되는 것 같다 이젠 경제가 어려우면서 사진계도 어려움이 다가와 한 둘 접는 곳이 많아졌다. 우리도 사진 계를 떠나면서 수많은 가족사진을 촬영하다 보니 수 만 번 느끼지만 가족은 소중한 것 그리고 아무리 미워도 용서 하는 것 그리고 지켜 주는 것 보둠아 주는 것 아낌없이 사랑 하는 것 서로 못 만나도 챙겨야 하는 것이다. 이번 세월 호 사건도 절실하게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