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흑장미
은월 김혜숙
2016. 5. 16. 14:33
흑장미
은월 김혜숙
어느 해였던가 화창한 그 날은
정원에 막 올라오는 붉고 검은 심장이
두근두근 머리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내 지난날의 수줍었던 그 모습보다
엎드려 간절히 기도하며 갈구한
내가 아파서 쓰러진 날과 같이 한없이
심장이 흘린 피를 흘려보내는 푸른 바다
그 깊고 푸른 강에서 흐른 아픔이
협곡처럼 헤치고 솟아올라 상처를 지우고
붉고 검은 보혈의 증표로 솟대가
바람과 함께 무리지어 당당히 피었다
한동안 내 심장에서 잔잔히 살다 피어낸
그 붉고 검은 미련의 집착을 떨치는
그 의미에 새길 지구 끝의 흑장미
5월의 마지막에도 내 속에서 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