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월 김혜숙 2016. 10. 17. 20:38

 

 

 

 

새벽부터 서둘러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기웃기웃하다

일감 하나 건져 전쟁처럼

치르고는 그놈의 세상

귀퉁이 한 조각 집어 들고

터덜대고 돌아오는 길

.

먼데 산 뉘엿뉘엿 저무는

해넘이 끝머리 닿으면

서로서로 밀림 숲 속에서

우르르 빠져나오는 듯

빌딩 안 사람들 각자의 길 가고

.

나도 그제야 온몸이

둘둘 말려 착착 머릿속

사면 안으로 들어서며

듣는 것도 보고 싶지도

않은 것도 자연스레 보이는 것들

.

오늘따라 세탁소에서

웃음소리가 커지고

호프집 여주인이 탁자를

내놓으며 던지는 상냥한

눈인사

.

동네 어귀 아파트 불이

하나 둘 눈을 뜨면

귀갓길 어깨가 슬슬

간지러워지고 천근의

저울을 달고 끌고 가는

마차처럼 덜커덩거린다

.

마침 주방에 불이 켜지면서

하루를 씻어내고 헹궈 널어

놓으면 오늘 참 질기게도

잘 살아 냈다

.

.

[하루]- 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