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참게가 살던 세상
은월 김혜숙
2017. 7. 12. 14:54
비가와서 참게가 살길찾아
잠시 육지로 피신했다가
사내들에게 봇쌈대신 투망에
담겨 뉘가 볼세라 끌려갔다
참게들은 결사적으로 투망을
찢고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억수같이 내리는 장마에
살던집도 버리고 나온 뭍
겨우 한목숨 살고자
했다가 투옥되고 만것이다
남한강에선 함부로 텀벙대다가
물고기의 헤염을 배우지 못해
제 꾀에 생을 맞이한다
무슨죄나 짖고 숨어살던 것처럼
참게는 참게대로 사내들은 사내대로
자신의 죄를 감추듯 서둘러 남한강를
떠나고 참게들의 삶도 그 물살에
지레 겁먹어 산송장으러 모두
떠나갔다
장마철에는 숨어 사는 것들이
세상 밖에 나와 저항하다 순교한다
《참게가 살던 세상》ㅡ은월 김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