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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오는 소리
은월 김혜숙
2015. 8. 27. 16:33
가을 오는 소리
은월 김혜숙
까칠한 햇볕내려 앉아
밤알 익어 툭 불거져나고
마른 풀 속내 또한 터져 나와
들에 토사를 부린다
한낮 벼들 갈 바람결에
어지럼증 나는 듯
살살 불어 달라 애원하는 날
청명한 허공 층 잠자리떼
하릴없이 배 뱅뱅 돌며
짙푸르게 펼쳐진 하늘
솜이불 하나 맑게 걸쳐두고
무더웠던 여름 끝에 서성인다
감나무 위 까치 떼
감 익어지길 고대하며
연신 목청 올려 세워
하늘 향해 소리 높일 쯤
벌겋게 달궈진 고추
방앗간에 팔려 가면서
저녁나절 눈물 쏙 빼고 나니
어느 사이 밥 짓는 굴뚝에선
짚불 타는 냄새와 함께
발바닥 찬기 다스리고
가을이 아랫목으로 잰걸음
치며 파고든다
그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