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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은월 김혜숙
2016. 4. 19. 17:10
철쭉
은월 김혜숙
어느 사이 남쪽으로부터
순서지를 받아들고 차례 차례
진분홍과 연보라의 공연장 앞에
구경꾼으로 초대받은 나
무대 맨 앞에 앉혀두는
돌 틈 사이 각 가지 색 페인트
부어 놓은 언덕길
어머님의 고운 꽃무늬
치마폭 속에 숨어 낯선 세상을
설레임으로 살며시 내다보듯
윤슬에 반짝이는
춤사위에 몸을 맡겨
추워 대는 저 붉은 열정의
무녀들 손동작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 세상은
현란한 철쭉처럼
어느 정점에서 힘차게 성장해
발치를 높이 치솟다 마침내
몸을 오므려 진분홍과 연보라를
벗어 던지고 무대 밖으로 내려와
버리겠지
마치 내가 산에 올라 야호를 외치고
산을 내려오는 허무를 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