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월 김혜숙 2017. 4. 25. 20:14

 

거실장을 정리하면서

오래된 유물에 가까운 편지들

 

어느 바닷가에서 잠수되어 심해를

유유히 헤쳐다니다 떠오른 물때

 

켜켜로 포개 두었던 편지들

그 추억의 부산물을

뒤적뒤적하며 우체통을 생각했다

 

찾아드는 손님도 없는 빨간 찾집에

켜켜히 쌓인 먼지를 털며 젖은

외로움 몰래 훔쳐보려는 마음

 

몰려오는 파도가 수평선을 찢고

묵은 편지를 찢고 애잔한 마음에

퍼질러 앉아 툭 틔워 고적서를 읽어 낸다

 

봄볕에 술동이가 남아나지 않을

그리움이 한없이 왔다가 쏴아 멀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