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무아지경 본문
무아지경
은월 김혜숙
지독한 고뿔을 앓고나니
아무생각이 없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도
갖고 싶지 않고 그저 손 놓고
기도하고만 싶다
시가 무엇인가
삶이 무엇인가
머리속 혼자서 넓은 마당에서
말까기도하고 다방구도하고
천진하게 휘젖는 그림자가 선명하다
지금의 내두다리는
걸어서 함박눈이 하얗게 솜이불을
만들 만큼 폭신히 내린 그위 그림자를
향해 둥둥 떠서 걸어 갈뿐
머리속은 그저 골목을
뱅뱅 돌면서 희희낙낙이다가
머리와 몸통 그리고 팔다리가
제마음대로 따로 논다는 것을
허락한 신체
시인이 랍시고 쓴다는것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경계에서 꼴닥거다가
아무생각 없던 시詩의 세상이 갑짜기
낙상을 당하고 상채기가 나서
아파 꼼짝 못한다
때 늦은 함박눈이 내린 날
무아지경의 허망함이
낳는 자식은 고통인것같다
결국 하얀 고통을 낳고 나니
나는 시詩와 다시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