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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날개

은월 김혜숙 2017. 8. 30. 13:02

 

 

 

8월도 마지막 이틀이 지나면 

그저 인생이 죽고 진리마저 죽는다는 

가을 낙엽에 부처 보내는

그 무엇으로 떠도는 능변

서서히 그림자를 껴안고

코트 깃을 세우는 어쭙잖은 겉멋

시 쓴다고 품 잡는 시인

켜켜로 써두었던 일기를 한꺼번에 

쏟아부어 누군가의 가슴에 

바윗돌이 되든 말캉한 빵이 되든

그 무엇만 된다면 염원도 알량하리라

살아온 만큼 낙엽도 그렇게

쌓여가고 그렇게 서로에게 

잠식되어 지는 가을이면 좋겠다

기러기 날개에 숨어 살고 지면 더 좋겠다

가을, 밑줄 한 줄
.
.

《 기러기 날개 ㅡ은월 김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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