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개암사에서 본문

그리고 감성

개암사에서

은월 김혜숙 2020. 7. 5. 12:26

아버지는 9살 때 어머니는 13살
어린 나이에 부모 다 잃고
4명의 어린 동생 뿔뿔이 흩어져
친척 집 지인 집에 맡겨지고
산간 절간 사미승으로
주린 배 채우면서 입술을 깨물며
두 주먹 불끈 쥔 개암사 뒤
우금 바위에 올라 목이 터져라
울분을 토해내고 결심한 삶

사내의 뒷모습은 짙푸러
다시 찾아와 사천왕을
바라보며 그렁그렁 맺히고

어린 동생 하나하나 자기 삶
찾을 때까지 이를 악물고 견뎌낸
세월이 개암사 녹차잎처럼 덖그고
덖근 세월 배롱나무 호랑가시나무
그 생의 견딘 만큼 깊은 뿌리의 보람이
청청하고 꿋꿋해서 잘 살았다 보듬는다

법당에 조아린 애틋한 시간만큼
덧없던 세월 다 보냈으니 절 마당에서
고개 들어 허리춤에 얹은 양손과
두 다리 벌리고 해냈다고 외치는
조용한 승전고
우금 바위의 김유신과 소정방의
운명적인 만남처럼
까마득한 부모님 얼굴이 흐려와
퀭한 눈가가 개암사 냇물 소리만큼 가득했다

# 전북 부안에 위치한 개암사와 우금 바위

----------------

체험적 글은 위험하다
사생활이 노출되어서
그러나 나만의 글이니
도용은 없을 것 같다
.
막연히 실체가 없는 글은
도용이 흔하고 하다
바람이니 사랑이니 구름이니
꽃이니 그리움이니 아픔이니
노골적 낯간지러운 낱말들
마구 난발하는 막연한 글은 좀 아니다
.
내 생활 속 경험담 체험적
글은 아름답고 살아 숨 쉰다 생각한다

.

'그리고 감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입니다  (0) 2020.11.24
사과가 되기까지  (0) 2020.08.28
마음 벽에 당신을 걸어두고  (0) 2019.11.22
아무렇게나  (0) 2019.05.31
꽃잎 한장의 사람  (0) 2018.06.0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