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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렇게 시를 평했네

은월 김혜숙 2021. 9. 16. 23:34

시가 내 마음에 닿는 그것을..어떻게 설명할까?

허영자 시인의
저 시를.. 내가 40대 중반에 처음 보았는데..
그 땐 그냥 여유로운 서정쯤으로 지나쳤다.
직장 다니며 투잡 쓰리잡하며 아이들 키우던

40대와 50대 초반을 지나며 이제 겨우 한 숨 돌린

50대 중반엔 이 시가 더 깊이 내게 들어 왔다.
이제 퇴직 후 60대가 되어서야 이 시가 완전히 내게 들어왔다.

그렇다. 시는 시인이 쓰지만 독자에게 닿아야 비로소 시가 된다.

완행열차/ 허영자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

요즘 시를 받아들이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런 시를 유명한 시인이 아닌 무명이라 생각한
어느 마이너 시인이 썼다고 하자.
어떤 독자들은 만만한 시인에게.. 이게 뭐야,

진짜 지루하고 구려. 이 시인 고조선 시조새야 뭐야.
딱 쌍팔년대 풍 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뭐야, 바빠 죽겠는데 그럼 한가하게 완행열차 타란 말야?)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지금 간이역이 어딨어. 젊고 핸섬한 젊은 역무원도

취업이 안되 죽겠는데 늙은이를 채용하다니. 한심하군)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뭐야, 신파야?)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그거 알아서 뭐하게. 정서 참 구려~!)

시를..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과연 문화차이라고 볼 수 있을까?

ㅡ이주리

#허영자 시편
#이주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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