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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는 날 ㅡ곽재구

은월 김혜숙 2016. 6. 28. 10:13

사랑이 없는 날 / 곽재구

 

 

생각한다

봄과 겨울 사이에

무슨 계절의 숨소리가 스며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이에

벌교 장터 수수팥떡과

산 채로 보리새우를

먹는 사람들 사이에

무슨 상어의 이빨이 박혀 있는지

 

생각한다

눈 오는 섬진강과

지리산 사이에

南과 北 사이에

은서네 피아노 가게와

종점 세탁소 사이에

홍매화와 목련꽃 사이에

너와 나 사이에

 

또 무슨

病은 없는지

 

생각한다

꽃이 진 뒤에도

나무를 흔드는 바람과

손님이 다 내린 뒤에도

저 홀로 가는 자정의 마을버스와

눈 쌓인 언덕길

홀로 빛나는 초승달 하나

 

또 무슨

病은 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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