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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면 글면 - 시 홍애리 / 나레이션 은월 김혜숙

은월 김혜숙 2017. 8. 4. 15:14

애면글면*-치매행(致梅行) · 시/홍해리-

 

 

머릿속에 고이 잠든 아내의 영혼

깨워서 들어올릴 수 있을까

지레가 없는 남편은 지레 속이 터지고

가슴속 지뢰밭에 묻혀 있는, 저

숱한 불발탄들

제풀에 터지지도 못 합니다

한평생 두남받은 일 없는 사람

어쩌자고 지청구 먹을 짓만 하는지

속이 타다 제물에 문드러집니다

오늘도 소금엣밥으로 한끼를 때우며

하루를 천년처럼 천연세월하고 있습니다

섣달 그믐 대목땜하는 날씨로

창밖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그래도 내 마음계곡은 텅 비어 있어

바람은 제바람에 우름우름 웁니다

사람이 많으면 길이 열린다지만

단 둘이 낑낑대는 우리 집은

가을철 물웅덩이 올챙이처럼

애면글면 애면글면

애이불비 애이불비 혼자 놉니다.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온갖 힘을 다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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