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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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은월 김혜숙
배달통 들고 휙 지나가는
세월만큼 그 험한 시간 보상도 못 받고
길바닥에 인생 내주고 넘어진 삶
어느 날이었던가
오토바이를 타고 씩씩한 사내처럼
내 집에 탕수육배달을 올때마다
항상 미소가 가득하고 또 동갑이라고
좋아라 했던 그녀
중국집 안주인으로 배달하는 그녀가
얼마 전 병원에 누워 종이처럼 구겨져
반신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한다
고객 하나라도 놓치기 싫은 건지
억척으로 살아오다
그 흔한 해외여행 한번 못 가 본 삶으로
이젠 병실에 누었다 한다
언젠가 그날도 팔을 깁스한 팔로
지나가면서 폭주족도 아니면서
내 등 뒤에서 빵빵대며 불러대는 그녀는
여느 우리 삶과 다른 삶을 살고
그녀만의 삶이 아니면 이해 할 수 없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긍정의 여자였다
모임 날이면 항상 사내처럼 호탕하게 웃고
내게 쥐 오줌처럼 술 마신다고
핀잔 주며 등을 토닥대면서 놀려주던
씩씩한 그녀
그녀의 남편마저 건강치 못해
한 번의 고비를 넘겼던 그때도
그녀에 긍정의 미소는
교훈을 줄 만큼 평정함이었고
그리고 당당하게 남편을 일으켜 세워
다시 중국집 문을 다시 열고 지금까지
열심히 삶을 가지고 놀았건만
이젠 그녀가 못 일어난다 한다
그런데 종합병원 병동이 내겐
지금 멀다
온 나라가 시끄러운 메르스라는
변명으로 망설인다 더구나 반신이 구겨진
그녀를 볼 자신이 없다
위로 하러 가야 되는 건지
내가 그녀 모습을 보고 오히려 위로받게 되면
어떻게 하나 많은 생각에 갈등이 온다
이 현실은 무엇인가?
식물들을 보게 된다
짙게 드리운 나무와 풀은
다시 새로 잎사귀를 세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또 전신이 불구가 되어도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오는데
인간과 동물은 한번 망가지면
재생을 못 한다는 것
그동안 걷고 움직임에 대한 보상?
그녀는 얼마나 재활이 가능 할련지
그녀의 의지에 달리겠지만
어서 긍정의 힘으로 그녀가
좁은 골목길 씽씽 대며 달려와
길목에서 마주치고 호탕하게
웃을 그녀를 다시 간절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