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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 도종환

은월 김혜숙 2015. 10. 6. 00:19

 

열쇠

 

                                도종환

 

세상의 문이 나를 향해 다 열려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열어보면 닫혀 있는 문이 참 많다

방문과 대문만 그런 게 아니다

자주 만나면서도 외면하며 지나가는 얼굴들

소리 없이 내 이름을 밀어내는 이데올로그들

편견으로 가득한 완고한 집들이 그러하다

등뒤에다 야유와 멸시의 언어를

소금처럼 뿌리는 이도 있다

그들의 문을 열 만능 열쇠가 내게는 없다

이 세상 많은 이들처럼 나도

그저 평범한 몇 개의 열쇠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두드리는 일을 멈추진 않을 것이다

사는 동안 내내 열리지 않던 문이

나를 향해 열리는 날처럼 기쁜 날이

어디 있겠는가 문이 천천히 열리는

그 작은 삐걱임과 빛의 양이 점점 많아지는 소리

희망의 소리도 그와 같으리니

 

 

************

도종환

시인, 국회의원

출생: 1954년 9월 27일

충청북도 청주

소속 : 새정치민주연합(비례대표)

학력 : 충남대학교 대학원 문학 박사

데뷔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 '

고두미마을에서' 등단수상

2015년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제5회 국회를 빛낸 바른언어상

상임위 모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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