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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자두

은월 김혜숙 2020. 7. 4. 22:46

양평 은월마을에 텃밭 인연을
둔 것이 오래되고
첫 인연은 남들 다 투기하는데
질 수 없어 샀다가
막차 타고 보니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
그 시기에 텃밭과 정원 가꾸면서
이것저것 과실수를 심을 때
자두나무를 심어 두고 첨에는
밭농사가 서툴러 과실이 안 열리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며
.
어느 해 여름 지역유지 단체모임
회원 한분이 그 나무에서 열매를
따서 먹더니 너무 맛있다고 하며
먹었던 자두 맛
.
내 생전에 그렇게 맛난 자두는
처음이고 달기도 하거니와 신 맛도
기분 나쁜 신맛이 아닐뿐더러
행복한 맛이었습니다
.
그 후 자두에 관심 갖게 되면서
한 해는 덜 열리고 한 해는 가지가
부러 질정도로 열려 흐뭇하게 했습니다
.
그러더니 자두가 소문이 나면서
수난을 겪게 되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
몇 해 전엔 우리 자두를 누군가
깡그리 서리를 해 갔습니다
.
주로 생활 터가 아니었기에
은월마을에 자주 못 가보는 상태라
우리와 같은 땅 위치에 있는
별장을 둔 모 대학교수님께서
강의 없으시면 거의 와 계시기는 하는데
.
그해는 강의 교재를 새로 만드시고
논문 쓰느라 마당을 못 나와 계셔서
목격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었습니다
.
세상에 귀한 것은 소문내지 말라는
외할머니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
살면서 상처 입고 힘이 드는 일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으니
그 존재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면서
소중하게 잘 보존해야 함에도
그것이 지나칠 정도로 사방으로
발설하고 나니 그것으로 인한
상처가 크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
.
자두나무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자두는 상처 받았고
그로 인해 너도나도 마음이 상했으니
그 후 은월 마을에 잠시 소문이 났습니다
.
“ 요즘도 서리꾼이 있어”
.
.
[ 자두 ] -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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