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헛기침 본문
헛기침
담장 밖에 쭉 뻗은 찔레 덩굴 한낮 허름하게 졸고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날은 가고 어느 사이 잎사귀 바스락바스락 마른 내음 나더니
몇 해 세월 지난 그 후 마을엔 댐 공사로 인심조차 술렁이던 날 수년을 외지에서 자란 다 큰 여식이 아비를 찾아와 설밖에 서 있다
동백이 곱게 피고 떨어진 후 담장에 찔레가 만발하고 여식의 두 볼이 생글생글 같이 웃고 있지만 언덕 위 댐이 생기기 전에는 가까웠던 산등성을 핑계로 다 늙은 애비 뭣 하러 찾아 왔냐며
넌지시 여식이 잡았던 손을 살며시 빼며 사랑방 한지 문을 열고 들어가 헛기침을 종일 한다
여식은 멀거니 허공만 보고 담장에 하얀 꽃은 물기가 올라 방울방울 떨구다 담장을 돌아 설 밖을 나가는 동안 사랑방에 붙어 있는 외양간 황소와 아비의 합창이 해가 저물도록 끝나지 않았던 뽀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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