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감자 꽃 본문
감자 꽃
김혜숙
밭이랑을 따라 흙을 고르다
얼었던 땅에 알토랑 같은
감자가 툭 손에 걸린다
"아야! 워째 다 캔 감자가 용케도
살아서 싹을 튀운다야 오메 이삔그으"
그 밭에 메아리 다가오고
감자 꽃이 피면 남몰래 흘린 눈물
치마폭에 감추고 아들 못 낳아
설움 받고 헛간에서 잠든 산모
새벽 별 뜨는 아침
곯은 배를 쥐고 감자밭에 앉았다
베어 문 감자 혀가 아려 울다 보니
미처 못 본 통곡 소리
된서리 맞은 소박데기 감자 꽃
어느 세 보이지 않아도 되는
귀가 기억하고 눈물 한소끔
콧등치고 퀭한 꽃송이 흐려진다
봄이 오면 그때의 황토밭 언덕
땅 끝 마을 허리 구부려 애쓰던 임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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