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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꽃

은월 김혜숙 2015. 4. 2. 16:05

 

감자 꽃

 

             김혜숙

 

밭이랑을 따라 흙을 고르다

얼었던 땅에 알토랑 같은

감자가 툭 손에 걸린다

 

"아야! 워째 다 캔 감자가 용케도

살아서 싹을 튀운다야 오메 이삔그으"

 

그 밭에 메아리 다가오고

감자 꽃이 피면 남몰래 흘린 눈물

치마폭에 감추고 아들 못 낳아

설움 받고 헛간에서 잠든 산모

 

새벽 별 뜨는 아침

곯은 배를 쥐고 감자밭에 앉았다

베어 문 감자 혀가 아려 울다 보니

미처 못 본 통곡 소리

된서리 맞은 소박데기 감자 꽃

 

어느 세 보이지 않아도 되는

귀가 기억하고 눈물 한소끔

콧등치고 퀭한 꽃송이 흐려진다

 

봄이 오면 그때의 황토밭 언덕

땅 끝 마을 허리 구부려 애쓰던 임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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