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맨발 ㅡㅡㅡ문태준 본문
오늘의 시를 소개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맨 발 ㅡㅡ문 태 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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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 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서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현대시학> 2003. 8월호
가슴이 절절했습니다 가난이
벌벌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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