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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빈 역

은월 김혜숙 2016. 4. 1. 12:42




오빈 역

 

            은월 김혜숙

 

 

청회색으로 드리운 앞산

간혹 전깃줄에 애정을 쌓는

까치 한마리가 전철역 한정거장

지나서 내리게 한일 일까

 

고적한 역 대합실에서

봄이 도사리고 목련과

개나리 지금 막 지고 있는

매화가 창문에 지문처럼

멈춰 있다 

난 왜 이곳에 있는 것 일까

생각과 생각이 타래를

물고 하나씩 문을 열고 나가려고

신발을 신고 준비 중인 이 순간

 

이전 역에서 내려야할

내 영혼이 오수 안에 숨었다가

수많은 그리움 쏟아 내 보내고

읽던 책을 접고 서둘러 내리고

또 다시 대합실에서 뜬금없는 듯

읽던 책을 다시 읽는다

그가 너무 커서 내 작은 생각과

마음이 위축되어 길을 잃고

오빈 역에 연고도 없이 내려 버렸다

봄은 그렇게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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