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유행 본문

유행

은월 김혜숙 2017. 4. 2. 19:54

 

유행

 

 

유행





언제인가부터 술이
동나도록 텃밭에 들랑거리는
주당들 놀이터에 약방이 들어섰다
텃밭에 나는 것은 전부 발효해서
주당들 술잔에 보약처럼 타서 들이켰다


어느 순간 소태 같은
여드름 덕지덕지한 푸른 여주가
좋다 하더니 작년 그러께부터
여주가 농장에서 주당들 선물이다
그러나 익어서 툭 터진 주둥이
벌리고 붉은 이빨 보이기 시작하면
거들 떠 보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시대를 저버리고
때를 놓치는 일은 참 초라해진다


설탕 발효 식초 발효 말려 차로
모든 것은 때와 유행이라는 것

그러나 유행을 따르고 때를
탄다는 것도 그 또한 못할 일
현실이 처한 대로 내 소신껏
내 소질에 맞추어 사는 것이 정의
세상은 유행에 민감해도
그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듯
초라한 표면의 삶이라 한들
어떠하리, 또 한번 유행이 가면
필요 없는 것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지 않는 날  (0) 2017.04.24
이별 참기  (0) 2017.04.05
새참 주먹밥  (0) 2017.03.16
고봉밥  (0) 2017.03.16
수다  (0) 2017.03.1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