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참게가 살던 세상 본문
비가와서 참게가 살길찾아
잠시 육지로 피신했다가
사내들에게 봇쌈대신 투망에
담겨 뉘가 볼세라 끌려갔다
참게들은 결사적으로 투망을
찢고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억수같이 내리는 장마에
살던집도 버리고 나온 뭍
겨우 한목숨 살고자
했다가 투옥되고 만것이다
남한강에선 함부로 텀벙대다가
물고기의 헤염을 배우지 못해
제 꾀에 생을 맞이한다
무슨죄나 짖고 숨어살던 것처럼
참게는 참게대로 사내들은 사내대로
자신의 죄를 감추듯 서둘러 남한강를
떠나고 참게들의 삶도 그 물살에
지레 겁먹어 산송장으러 모두
떠나갔다
장마철에는 숨어 사는 것들이
세상 밖에 나와 저항하다 순교한다
《참게가 살던 세상》ㅡ은월 김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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