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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감성

길상사에서

은월 김혜숙 2015. 10. 19. 21:52




길상사에서


                         은월 김혜숙

 

 

 

난 자야가 되어
성북동 길을 타고 갔다
법정 스님의 인자한 미소가 와닿자

극락전을 보며 그의 삶을 타고 휘오리 되어
과거 속으로 급히 달겨 들듯하였다

 

그런데 마치 나는
마당에 떨어져 있는 꽃신 한 짝,
화들짝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뜰을 걸었다


그곳에 양팔을 벌리고 있는 당나귀를 탄

흰 도포 입은 그분이 나를 반겼다
수줍어 돌아서서 숨을 고르고
다시 보니 느티나무였다


난 자야가 아니었다
그저 그들을 흠모하는 관객일 뿐

법정께서 묵은 뜰을 지나

그들의 사랑과 무소유의

자취를 찾아온 나그네였다


전설과 같은 실화의 주인공 속에

난 하나의 시나 한 줄쓰는 글쟁이로
영감 타다 고개를 숙이고
성북동 내리막길을 밤이 되어서야
내려왔다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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