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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로니에에서

은월 김혜숙 2016. 3. 11. 16:41

 

어느 날 마로니에에서

 

 

             은월 김혜숙

 

 

예술 공연으로 청춘이

넘실대는 번잡한 광장

길목으로 들어서서 생각했다

 

아득히 먼 마로니에

그늘 밑 내 청춘이 닿지 못했던 곳에

늦은 노을처럼 깔려 드는 마음을

자잘히 쪼아서 움켜쥐고

 

거리마다 동면에서 들어

올리는 보도블록 몸싸움으로

어눌한 발치가 더듬대다 걸려

넘어지듯 들어선 아직 봄 그늘이

덜 찬 예술가의 집 밑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두고 시집

한 권에 고독한 순항을 했다

 

거리는 청춘과 연극 포스터

그리고 이른 봄

 

내 좁고 어두운 내면을 삽질하고

언 땅을 깨고 흙을 갈아엎듯 어지럽힌

시가 비둘기 날개 속에 가만히 사유를

훔쳐보기도 희미한 시 한줄 비둘기

먹이도 되었다가 보란 듯 비둘기 등을

타고 나르는 잘난 시 한 편 낚아챈다

 

마로니에서는 봄이 값비싼

시를 데리고 와 가지런히

놓고 가지만 내 가슴에 봄은

아직 멀어 차고 엄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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