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어느 날 마로니에에서 본문
어느 날 마로니에에서
은월 김혜숙
예술 공연으로 청춘이
넘실대는 번잡한 광장
길목으로 들어서서 생각했다
아득히 먼 마로니에
그늘 밑 내 청춘이 닿지 못했던 곳에
늦은 노을처럼 깔려 드는 마음을
자잘히 쪼아서 움켜쥐고
거리마다 동면에서 들어
올리는 보도블록 몸싸움으로
어눌한 발치가 더듬대다 걸려
넘어지듯 들어선 아직 봄 그늘이
덜 찬 예술가의 집 밑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두고 시집
한 권에 고독한 순항을 했다
거리는 청춘과 연극 포스터
그리고 이른 봄
내 좁고 어두운 내면을 삽질하고
언 땅을 깨고 흙을 갈아엎듯 어지럽힌
시가 비둘기 날개 속에 가만히 사유를
훔쳐보기도 희미한 시 한줄 비둘기
먹이도 되었다가 보란 듯 비둘기 등을
타고 나르는 잘난 시 한 편 낚아챈다
마로니에서는 봄이 값비싼
시를 데리고 와 가지런히
놓고 가지만 내 가슴에 봄은
아직 멀어 차고 엄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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