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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감성

거기까지였다

은월 김혜숙 2016. 10. 4. 22:36

거기까지 였다

 

                       은월 김혜

 

다듬어 놓은 가을걷이 텃밭을 떠나

누군가의 주방에 도착한

 열무 단이 오늘따라 뻐시게 떠들썩댄다

 

소금에 절여지는 동안

자기들의 수고를 열변을 토하며

어떻게 숨 쉬었느니

어떻게 먹고 마시고

잠자리가 어땠다는둥 아우성이다

 

그러하긴 하다 간혹 새벽에

곤충과 짐승들이 내지르고 간

배설물을 먹기도 하고

농부가 한눈판 사이에

바람이 팔목을 분 지렸으며

한낮에 갑자기 비가 와

괜스레 투정 하듯 퍼붓고

가기도 하고

하소연하는 소리 귀가 따갑

 

그리고 결국에 소금물에 절여져

고춧가루와 마늘에 갖은 양념에

뒤범벅되는 세상 속에 뒤엉켜

누군가의 배 속을 채울 운명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게

바로 이거구나!

열무의 운명은 거기까지

결국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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