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달 스미리 본문
달 스미리
은월 김혜숙
푸른 밤의 생애 기별이 돌고
어스름의 그림자 드리운
하잘 것 없는 마음이 웅성웅성 댄다
계절 탓하니 툭 터지는 옹이에
마음 상한 지난 언저리마다
마음 우물 하나씩 파고
달빛을 담아 헤진 날 비추어 본다
그림자 드리운 달 뒤에 숨은
지나간 청춘에 그 숱한 잘 잘못을
혼내키듯 회초리를 든다
미처 숨소리도 내기 전에
슬픔을 다한 정원 우물 속에
침침한 나의 지난 그림자를 적듯
교교히 달 스미는 우뚝한 깊은 밤
내 묵묵한 마지막처럼 불현듯
시 한 편에 엮은 애달픈 꽃들을 생각한다
온밤 내 달의 발밑에서
나 이밤 달에 스미고
온 밤 저 달에 스미리
나 오늘 시에 스미고
훗날 이 못난 시 달에 스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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