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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도 저도 아닌

은월 김혜숙 2017. 8. 25. 13:49

 

 

 

하루가 길어서 아니 지리해서

꼬리를 자르고 하늘을 봅니다

 

온종일 무엇인가에

집중한 시간이 어수선해서

늘 마음이 불편한 하루가

부담입니다

 

늦여름의 창공에 누군가 
아직 밟고 가지 않은 숫눈이
앉아 있습니다 
지상을 떠받고 있는 저 눈밭에
내가 밟고 숫처녀로 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가을 하늘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노을 자꾸 짙어가고

아침은 늘 바쁘기만 하는 일상이

어쭙잖게 늙음이 괴롭기 때문입니다

 

 

< 이도 저도 아닌 > - 은월 김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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