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이도 저도 아닌 본문
하루가 길어서 아니 지리해서
꼬리를 자르고 하늘을 봅니다
온종일 무엇인가에
집중한 시간이 어수선해서
늘 마음이 불편한 하루가
부담입니다
늦여름의 창공에 누군가
아직 밟고 가지 않은 숫눈이
앉아 있습니다
지상을 떠받고 있는 저 눈밭에
내가 밟고 숫처녀로 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가을 하늘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노을 자꾸 짙어가고
아침은 늘 바쁘기만 하는 일상이
어쭙잖게 늙음이 괴롭기 때문입니다
< 이도 저도 아닌 > - 은월 김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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