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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봉해둔 꽃입술

은월 김혜숙 2021. 3. 12. 14:00

당신의 아담한
아파트 1층 화단엔
아직 뜯어보지 못한
꽃들이 입술을 봉한 채
주인을 기다리고

당신의 안방엔 어깨가
가끔 들썩이는 삐거덕대는
늙은 자개장 문소리와

넘어지지 않겠다고
벽에 기댄 별이 다섯 개라는
침대가 별 무리 가득해서

외롭지 않게 의지한 온돌 돌침대
오늘 공허한채 벽을 향해 토라져있다

돌아가지 않던 보일러
당신 그림자는 함부로
손을 대고 나니 윙! 윙! 앙앙
울면서 그간의 서러움처럼
각방에 뜨거운 물을 쏟아
붓는가 싶더니 온몸 구석을
안아 주는 모천의 바다가
된다

빈방을 두고 돌아서려다
당신 그림자 밟고 가는
못난 죄스러움이 아파트
비번을 누렀다 다시 현관문을

놓치곤 띠리리 닫힌 꾹 다문 당신 입


.

[ 봉해 둔 꽃 입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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