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구리시장에서 본문
구리시장에서
은월 김혜숙
.
구리시장 좁은 골목어귀
노점상엔 배추 시금치 고추
등등 채소를 부지런히 담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
구수한 사투리로 콩나물
천 원어치도 이천 원어치만큼
주시는 아주머니
.
뒤편에 늘 조용히 앉아
계시는 아저씨는 아주머니를
지켜보고 계신다
.
난 서글서글한 아주머니와
박장대소하며 흥정때마다
늘 후한 덤을 마다하며 지내왔다
.
늘 그러하듯이 그날도
여느 때처럼 일과를 마치고
늦은 장을 보러 나갔다가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보이지
않음을 알았다
.
노점엔 두꺼운 파란 비닐
덮개가 씌워진 널 판지는
바람으로 가끔씩 묶인
고무줄만 들썩거릴 뿐 -
.
며칠 밤을 마른 시래기가
살아서 날아 다니던 꿈을
꾸고 덮인 좌판이 걱정되고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는
아주머니의 소식이 궁금하여
하루일과 정리도 안 되고
이제나 저제나 습관적으로
구리시장 쪽으로 향해
며칠을 돌아야 했다
.
안보이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며칠 사이 내 가족인양 연정이
쌓여갔다
.
그런데 드디어 계셨다
.
평상시와 같이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검정비닐에
채소를 담고 있는
아주머니의 등이 보였다
.
반가웠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
"문 여셨네요. 어디 갔다 오셨슈!
좋은데 갔었나 보냉,"
.
"나가 말이여, 새로 시집갔다 왔당께, "
하면서 배시시 웃었다
.
뒤편 자리에 늘 계시던
아저씨는 그 자리에 안 계셨다
.
"근데! 오늘 아저씨는 안 계시는데요?"
.
"으응 가붓어……. 먼저
가 있으면 따라간다고
핀히 가라해 붓어-"
.
등을 살짝 돌렸다가 눈주위를
잠시 올렸던 손이 검정비닐을
쥐어 잡아 깻잎 천 원어치를
싸주면서 또 이천 원어치를
주는 손엔 흔들림이 보이면서
내 영혼이 슬쩍 아주머니를
부추기게 됐다
가슴이 내려앉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느껴졌다
.
그러나 평상시와 같이
반듯한 긍정의 힘으로
씩씩하신 모습으로 돌아온
아주머니의 늘 웃는 얼굴은
삶의 절박한 현실을 이기는
법을 늘 가르친다
.
오늘도 구리시장에 가면
아주머니가 있어 늘 행복하고
힘겨움도 슬픔도 녹이는 재래시장
좌판에서 얻는 아주머니와
항상 덤이 후한 웃음까지 가득한
그곳에서 난 손아귀가
절이도록 사들고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