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모과나무 언덕 본문
모과나무 언덕
은월 김혜숙
교회당 문은 빠끔히 열려 있고
저녁 마당 한가운데를 휘돌며
제자리걸음 하는 바람 소리
피아노 반주 음률에 심장이 울커덕
낮고 조용한 찬양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눈 자욱이 노랗게 그을린
모과나무는 손바닥을 씻어내며 서성대고
어찌해야 할지 언덕 위에
우뚝 선 탑 올려다보며 십자로에 놓인
마음 높이와 마음의 넓이를 잴 수 없어
두손 모으는 모과나무는 분망한 마음
또 가슴을 쥐고 하늘 도면을 놓고
교회당 안에서 뛰쳐나온 그 간절함으로
모과나무는 그저 자신의 몸짓 향기로
감싸 안아 주기란 역부족 인듯
희미하게 그 사랑이 어디쯤인지
예측했을 뿐이었다
회당에선 마지막 음절이 끝나고
찬송가 곡명이 바뀌면서 늦은 밤
가을 빗소리와 모과나무 아래엔
더욱 격렬히 치닫는 건반의 손끝으로
오늘따라 그들의
사랑이 매정하다는 것을 깨닫고
모과나무는 무거운 고개를 떨구고
우산도 없이 어깨를 털면서 자리를 떠
입술을 떨며 돌아서 가는 푸른 밤
결국 빗길 속으로 걸어 내려가는 뒷모습
모과나무는 혼자 서러워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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