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가을 교실 출석부르기 본문
둘레길 올라서서 한 발 두 발
오르는 길목에서 출석을
부르기로 했다
.
둥굴레 애기똥풀
구절초 도꼬마리
산초 밤나무 성수리나무
소나무 떡깔나무
까치 다람쥐 청솔모 참새
들개 들고양이
눈에 띄는 알 만한 것들이
대답을 척척 한다
.
자리를 펴고 배를 채우고 나니
낙엽은 요를 깔아주며
하늘이 이불을 내주고
쉼을 권한다
.
누워서 천장 문을 내고 보니
나무 사이로 빠끔 내다보는
구름 한 점이 윙크하며 지나간다
간혹 벌과 나비들이 바삐
나와 상관없는 자기들만의
일상으로 내겐 관심 없는 게 아닌가
그들에게도 출석을 부르고 싶어졌다
.
《가을 출석부》
.
#시집ㅡ66p
#어쩌자고 꽃
#도서출판 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