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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해지는 날

은월 김혜숙 2016. 9. 23. 20:06

 

 

 

오목해지는 날

             

                     은월 김혜숙

 

하루하루 달그락대고

밤이 되면 밀려드는 무게감

오늘은 여기서 내일은 저기서

깊숙이 세월 싸매고 우왕좌왕

시간이 흐르면 뭘 했을까

뒤돌아본다

 

우물을 파고 몸에서 샘이

솟아나는 피로감이

오목하게 똬리를 친다

 

가을 탓해야 하나

계절이 삐거덕

싸리문을 열며 고개 내미는

하루가 버겁다

살아가는 것이 낙하이면

눈뜨는 일도 두려운 것

슬며시 오목하게 조여 오는

조용한 손이 보듬는다

 

잘 지냈으니

더 견뎌보자고 다독이는

안 보이는 곳에서 힘 보태며

무언가에 삶을 재정비하듯

가을 창공에 마음 띄우는 날

 

솜털 구름 끄트머리라도

붙잡고 싶고 실컷 울고 있는

하늘이 오목한 하루

나팔꽃은 주먹을 꼬옥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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