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오목해지는 날 본문
오목해지는 날
은월 김혜숙
하루하루 달그락대고
밤이 되면 밀려드는 무게감
오늘은 여기서 내일은 저기서
깊숙이 세월 싸매고 우왕좌왕
시간이 흐르면 뭘 했을까
뒤돌아본다
우물을 파고 몸에서 샘이
솟아나는 피로감이
오목하게 똬리를 친다
가을 탓해야 하나
계절이 삐거덕
싸리문을 열며 고개 내미는
하루가 버겁다
살아가는 것이 낙하이면
눈뜨는 일도 두려운 것
슬며시 오목하게 조여 오는
조용한 손이 보듬는다
잘 지냈으니
더 견뎌보자고 다독이는
안 보이는 곳에서 힘 보태며
무언가에 삶을 재정비하듯
가을 창공에 마음 띄우는 날
솜털 구름 끄트머리라도
붙잡고 싶고 실컷 울고 있는
하늘이 오목한 하루
나팔꽃은 주먹을 꼬옥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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