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쓰고 남을 가을 본문
번잡한 세상을 푸르게 푸르게
가림막 덮어내더니 색을 빼며
한철 묵은 때 털어내는 작업 은밀함
그 많던 지상에 노래는 온데간데없이
뚝 그친 고함까지 무서운 적막 한 줄
그어가고
집도 절도 없이도 어디서나
자리 펴고 누워도 노숙한다
나무라 할 것 없다는 숲속 여치 마을
뉘라고 이 가을 팔아서
재산을 불린다 한들
그 또한 나무라 할 것 없는
너도나도 서로의 가슴에서 알밤
툭툭 밀어내는 언어와 낱말들은
못 참겠다 뛰쳐나오고 시인은 제자리인데
낯선 계절은 다시 찾아와 시를 빼 들고
하나씩 볏단 다발 묶어 스스로 걸어 나온다
기러기도 길 떠나며 하늘에 놓고 가는
시 타래 한 뭉치
< 쓰고 남을 가을 > -은월 김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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