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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감성

빈 오후

은월 김혜숙 2016. 2. 8. 23:22

 

빈 오후

 

                    은월김혜숙

 

명절의 고향집은
식솔들이 우르르 바리바리
손에 들고오는 물건보다
반가운 얼굴 한번 보는 날
.
현관 댓돌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신발 중 하나
마당에 개가 물고 숨겨버린 가난
.
돈 못 버는 아들의 케케묵은
구두 한 짝 볏단에 숨어진
거름 향기에 섞인 그 냄새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어머니는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
추위에 밤새 별이 쏟아지듯
고향집 다복한 부유란
그렇게 가난한 집 둘레를
감싸고 웃음이 쌀을 씻고
.
휘영청 밝은 둥근 달은 흔들리는
굴뚝을 끌어안고 차가운 방구들을
데운 어머니는 사랑 하나 더듬고
사랑하나 토닥이다 새벽 닭이 울자
슬렁 슬렁대는 새떼를 맞이했다가
훨 날아가듯 뜰이 한둘 훵 비워낸다
.
모두 쏙쏙 빼가고 해는 중천에
들 때쯤 아랫목에 벽장을 보고
누워있는 텅 빈 고향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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