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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감성

알아 간다는 것

은월 김혜숙 2016. 2. 22. 18:07

 

알아 간다는 것


.
                 ........     은월 김혜숙
.
농사일라곤 모르는 도시민이
가까운 전원에 조그마한
밭떼기 하나 마련하고
봄이면 갈고 심고 여름이면
물주며 가꾸어 가을에
적으 마나 걷어드리는 결실인데
.
검디검은 서리태를 가을걷이에
다 못하고 겨우내 처마 평상에
눕혀 두었다가 계절이 지난
봄이 되고서야 깍지를 떼어내고
콩을 털면서 생각한다
.
알갱이 그 작은 몸체가
무던히도 추위를 견뎌주고
인내해준 서리태의 참을성에
짠한 마음이 든다
.
이 나이 먹도록 모르는 게 많다
자기가 사는 테두리 안팎 외에
모르는 사람들이 나처럼 많으리
그러므로 세상에 무수한 사건 속에
우리는 놀라기도 또 교훈을 얻으며
그러면서 알아가는 것이리
.
더러는 전세든 집이 경매에
넘어가기 직전을 만나고 나면
정신 번쩍 세우게 되고 일터에서
서로 뺏고 빼가는 경쟁으로부터
단련되어 가면서 알아감이란,
산전수전 다 겪는 일
살아감의 전부일 터
.
서리태를 털어내면서
인생은 쭉정이와 알갱이는
반드시 나누어지는 삶이기 마련
그래서 무던히도 경쟁해왔음에
숱한 인생을 넘어다녔을-

그러므로 알아가는 것에
제대로 알아감이란 콩깍지에서
나오기 전엔 절대 몰랐으리
알고 나면 쉬워지는 게 인생
.
또한 알갱이가 싹을 틔우는
과거와 현실 그리고
은밀함을 깊게 생각지 않으면
그 일마저도 죽어도 몰랐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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