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우린 왜 잃고만 사는 것일까 본문
우린 왜 잃고만 사는 것일까
은월 김혜숙
아무나 붙잡고 내 것을 내놓으라 해본다
아무래도 미쳤다 할 것이며 네 것이 무어냐 묻겠지
나의 지난 것 나의 미래의 것
그런 것들이 남에게 넘어간 것으로만
우리는 믿고 산다
미련-
욕심-
희망 등등-
자기에게 뭐든 습득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놓으라고 떼쓰는 현실이 되어있다
어제는 어느 여인을 먼 곳으로
이유 없이 먼 여행 보내고
얼마 전에는 어느 사내가 펑펑
나무를 붙잡고 운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내놓으라고
허락도 없이 아무 내력도 없이
내 물건인 양 삶을 가져가고 되살릴 수 없는
도탄 塗炭으로 내몰고 이유 없다 한다
잃고 산다는 것이 그리 간단하다니
개미의 삶도 아니고 하루살이 삶도
아니고 사는 게 그리 간단하면
차라리 그자리에서 나무가 되는 것
철저히 나무가 되는 것
넋 없이 바라본 것이 참 생각이라면
멀리 잃어가도 다시 돋아나는
나뭇잎으로 새로 돋는다 믿고 싶다
상처받지 말고 또다시 잃고 살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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