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月(은월) 시 ##스튜디오

먼 길 본문

그리고 감성

먼 길

은월 김혜숙 2017. 5. 2. 17:15

 

 

 

 

 

먼 길

 

 

 

 

              은월 김혜숙

 

 

날 좋은 날

마당 한가운데 호박 썰어

 말리다가 덩그러니
가슴 구멍 숭숭 내가며
시간을 말리고 산 것을 알았다

살면서 돌덩이를
겁 없이 차며 걷다
걸을 때마다 묻는
언어의 절름거림을
탓하면서 남 탓으로 내몰았고

몰두해온 시간을
촘촘히 모으지 못해
뼈 구멍 숭숭 어설프게
말린 뒤틀어진 세월만큼

언어의 다리는 몸체를 끌고

수만 리 길을 걸어왔으니
관절만 쑤시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리고 감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삶  (0) 2017.05.23
모정탑에서  (0) 2017.05.03
환상  (0) 2017.04.01
어깨  (0) 2017.03.26
물방울의 무게  (0) 2017.03.20
Comments